파리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팡테옹 점거투쟁을 다룬 World Socialist Web Site의 2019년 7월 13일 기사를 번역한 것이다. 기사에서 인용한 성명의 경우 성명서 원문을 참고하였다. 기사 원문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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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낮(7월 12일), 700명의 아프리카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검은 조끼 (Gilets Noirs)’라고 외치면서 프랑스에 거주할 권리를 요구하며 파리의 역사적인 건축물 팡테옹을 점거했다. 사회적 불평등에 맞서 지난 6개월 동안 벌어진 ‘노란 조끼’ 운동에서 이름을 딴 이 투쟁을 경찰은 폭력으로 진압했다.


 경찰은 팡테옹을 비운 후 시위대를 건물 뒤편으로 몰아넣고 공격하여 37명 이상 연행해갔다.


<경찰이 시위대를 공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파리의 이 사건은 자본주의 정부들의 권위주의적인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고 이주민과 난민을 방어하는 투쟁들이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흐름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파리에서 ‘검은 조끼’가 투쟁하던 날, 미국에서는 700명이 넘는 ‘자유를 위한 빛 Lights for liberty’ 회원들이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미등록 이주민 100만 명을 추방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계획에 맞서 전국적인 시위를 할 예정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극우 정권의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여 수십만이 행진했다. 독일에서는 지중해에서 난민들을 구조한 ‘씨워치 (Sea Watch)’ 3호 선장 카롤라 라케테*에 대한 탄압과 대연정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가 있다.


 (옮긴이 주 : 지난 6월 29일 네덜란드 선적의 난민구조선 ‘씨워치’ 3호의 독일인 선장 카롤라 라케테가 이탈리아의 난민선 입항 금지 조치에도 난민 42명을 태우고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에 전격 진입해 체포됐다가 석방됐다. 그러나 카롤라는 형사 고발과 5만6000달러의 벌금형을 받을지 모르는 처지에 있다.)


<팡테옹에서 이루어진 경찰의 진압 장면 (출처: 라 샤펠 더부)>


 ‘검은 조끼’ 시위자들은 민주주의를 자처하는 프랑스 공화국이 난민을 잔인하게 억압하는 모순을 폭로하기 위해 루소나 볼테르 같은 계몽주의 사상가와 작가 에밀 졸라, 사회주의자 장 조레스를 비롯한 수많은 문화적 정치적 명사들의 유해가 안장된 팡테옹을 선택했다. 그들은 체류자격 쟁취를 위해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오후 2시에 건물에 진입했다.


 팡테옹 밖에서 연설이 시작되자 몇몇 시위자들은 이 시위를 조직한 ‘검은 조끼’와 ‘라 샤펠 더부 (La Chapelle Debout)’ 공동체 명의의 성명을 배포했다.


<팡테옹 건물 밖의 시위대 (출처 : 라 샤펠 더부)>


 이 성명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프랑스 공화국의 등록되지 않은, 목소리 없는, 그리고 얼굴 없는 이들이다. 우리는 지중해, 파리의 거리, 수용소 그리고 감옥에 있는 우리의 동지, 부모, 형제, 자매에 대한 기억을 모독하는 것을 규탄하기 위해 이 위대한 시민들의 묘역에 오게 되었다. 프랑스는 다른 방식으로 노예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2015년 이래의 유럽연합의 의도적인 반이민 정책의 결과, 적어도 14,000명의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에 오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다 익사했다.


 시위대는 파리에 살고 있는 가난한 노동자들과 난민들의 견디기 힘든 사회적 환경을 지적했다. “파리에 빈 건물 20만 채가 있는 데도 고속도로 고가 밑에서 잠 들어야 하는 현실 때문에, 그리고 어제 시장이 생드니 윌슨 거리(파리 교외)의 난민 캠프를 철거해버렸기 때문에 우리는 이 건물을 점거했다.”


 성명은 이 공동체가 조직했던 다른 투쟁들, 즉 샤를 드골 공항의 에어 프랑스 터미널 점거와 라데팡스 업무지구의 엘리오르 타워 점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성명에 따르면 “그곳(샤를 드골 공항 — 옮긴이)에서 경찰은 우리를 알제, 다카르, 하르툼, 바마코나 카불로 가는 비행기에 실어 보낸다. 우리는 우리를 모욕하고 등골을 빼먹는 (엘리오르 그룹과 같은 — 옮긴이) 기업의 우두머리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제 너희가 공포를 느낄 차례다’.”


 2015년 사회당 정부의 국가 비상사태 선포*의 여파, 그리고 작년 11월부터 있었던 ‘노란조끼’ 시위에 대한 엠마누엘 마크롱 대통령의 탄압을 계기로 경찰의 폭력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옮긴이 주 : 2015년 11월 총 131명이 숨진 파리 테러사건이 일어나자 사회당 정부는 계엄령과 유사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오후 4시에 경찰은 팡테옹에 진입하여 “우리가 원하는 건? 체류증서! 누구를 위한? 모두를 위한!”이라고 외치는 시위대를 몰아냈다. 시위대는 전원이 함께 나가겠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오후 5시 조금 전, 경찰은 별다른 충돌 없이 건물을 비우고 시위대를 밖으로 밀어냈다.


 시위대가 평화롭게 건물을 빠져나온 반면, 경찰은 폭력적으로 돌변했다. 경찰은 먼저 타겟이 된 사람들을 잡기 위해 색출체포반을 보냈고, 여섯 명을 체포했다. 시위대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연대를 요청하자 경찰은 격렬하게 시위자들을 공격하고 폭행했다.


 서른일곱명이 체포되고 몇 사람은 입원했다고 알려졌다. 라 샤펠 더부 공동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따르면 어제(7/12) 저녁까지 21명의 시위자들이 아직 구금되어있다고 한다.


 이러한 폭력적인 탄압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정치기관으로부터 갈라놓는 계급의 장벽을 증명한다. 장 뤽 멜랑숑의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당’* 의원인 다니엘 오보노(Danièle Obono)와 에릭 코크렐(Éric Coquerel) 같은 정치인들도 몇 명 시위에 참여해 일반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이는 위선적인 가식에 불과한데, 이 당 지도부는 아프리카에서의 신식민 전쟁을 지지하고, 프랑스 노동자들을 아프리카 및 세계의 노동계급 형제자매와 분리하는 보호무역정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옮긴이 주 : 장 뤽 멜랑숑은 프랑스의 좌파 정치인으로 2006년 사회당의 우경화를 비판하며 탈당하여 좌파당을 만들고, 2017년에는 좌파당을 탈당해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당’을 창당하여 대선에 출마, 19%를 득표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지배 집단은 민주적인 권리를 요구하는 미등록 이민자들이 조직한 점거시위에 공포와 분노로 가득한 극단적인 반응을 보였다. 극우 국민전선의 당수 마린 르 펜은 트위터에서 이렇게 비난했다: “투쟁적인 미등록 노동자들이 공화국의 위대한 장소인 팡테옹을 점거하고도 처벌받지 않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프랑스에서 미등록 이주자들의 미래는 추방일 뿐이고, 그게 법이다.”


 필리프 총리는 노란조끼 시위에 반대하는 정부 입장을 유지하며, 경찰의 폭력 행위를 옹호했다. “팡테옹에 들어왔던 사람들을 모두 철수시켰다. 프랑스는 법치국가이고, 이는 전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의미한다. 체류자격에 대한 존중, 공공기념물과 그것들이 기념하는 것에 대한 존중.”


 공공기념물과 프랑스의 기억을 지키는 “법치국가”로 운을 뗀 필립의 자족적인 선언은 오만한 사기이다. 마크롱과 필리프는 팡테옹에 묻힌 인물들과 관련된 민주적인 전통을 르펜만큼도 대표하지 못한다.


 모든 주요한 자본주의 국가의 정부에서 시행된 경찰국가식의 조치들은 국제노동계급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이주노동자를 특히 직접적으로 겨냥한다. 트럼프는 갈수록 이주민을 타겟으로 하는 파시스트적인 조치들을 채택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나토가 벌인 전쟁의 참상에서 탈출하려는 난민들을 막으려고 아프리카에 강제수용소를 지어 망명권을 짓밟았다. 유럽연합은 지중해에서의 난민 구조작업을 중단하여 지난 3년간 14,000명의 이주민들이 익사하게 방치했다.


 이러한 이주민에 대한 공격은 모든 주민의 사회적, 민주적 권리를 위협하는 군사-경찰 억압과 국수주의 부활의 최선봉에 있다.


 지난해 마크롱은 파시스트 독재자 필리프 패탱*을 “위대한 군인”이라고 칭송하면서 프랑스의 “기억”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나치점령기 이후 프랑스 본토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체포 작전을 개시하여 7,000명이 넘는 노란조끼 시위대가 구속되었다. 이제 그는 연금, 실업보험, 건강보험, 교육을 대상으로 매우 반대중적인 사회복지 예산의 삭감을 개시하고 있다.


 (옮긴이 주 : 필리프 페탱은 1차 대전에서 엄청난 군공을 세워 큰 존경을 받았으나, 2차 대전 시기에 나치의 괴뢰정권인 비시 정부의 수반이 되어 나치에 협력해 전후 종신형을 언도받았다.)


 파리 팡테옹 점거는 이주민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시위의 물결처럼 지배계급이 급격하게 극우로 치닫는 데 대항하는 계급투쟁(미국 교사파업, 프랑스의 “노란조끼” 운동, 알제리와 수단의 군사독재를 타도하려는 대중 항쟁)의 국제적인 부활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자신이 선택한 나라에서 살고 일할 권리를 비롯하여 이주민들의 권리를 방어하는 것은 이 계급투쟁에서 결정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 원문 : Alex Lantier

* 출처 : https://www.wsws.org/en/articles/2019/07/13/pant-j13.html


* 번역 : 책방 들락날락 기획팀

* 출처 :

https://comeandgoansan.wordpress.com/2019/07/19/%EB%B2%88%EC%97%AD%ED%8C%8C%EB%A6%AC-%ED%8C%A1%ED%85%8C%EC%98%B9-%EA%B1%B4%EB%AC%BC%EC%9D%84-%EC%A0%90%EA%B1%B0%ED%95%9C-%EB%AF%B8%EB%93%B1%EB%A1%9D-%EC%9D%B4%EC%A3%BC%EB%85%B8%EB%8F%99%EC%9E%90/

posted by macronde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