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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버전 - '우리는 여기 있다', 2019년 4월 26일. 국제코뮤니스트전망(ICP)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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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 있다! 마크롱이 원하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여기 있다!”
한국어 버전 - '우리는 여기 있다', 2019년 4월 26일. 국제코뮤니스트전망(ICP) 기고글.pdf
Fernand Kim
(필자는 지난 2018년 12월 5일부터 2019년 1월 1일까지 노란 조끼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프랑스 파리에 체류했다. 현재는 프랑스 노란 조끼 운동 소식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참고로 이 글의 내용은 이 기관지의 입장과 다를 수 있다. 모든 대·소제목과 인용문은 ‘68년 5월(Mai 68)’과 ‘노란 조끼 운동’에서 등장한 문장이다.)
“정치는 거리에서 일어난다”
“La politique se passe dans la rue”
<2019.04.20. 23차 행동. 자본주의는 지구의 암 덩어리이다. 마크롱은 하나의 종양이다. 노란 조끼는 해독제이다.> * 출처 : Fadhel Ishak
‘모든 권력을 상상력에게(L’imagination au pouvoir.)’ 주고자 했던 ‘68년 5월’ 이후, 가장 폭발적인 대중투쟁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2018년 11월 17일 1차 행동 이후, 지난 5개월간 프랑스 노란 조끼 운동은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기록적인 수치를 나타내며 아직까지도 건재하다. 매주 토요일 전국적으로 대규모 ‘행동’이 벌어지고 있다.
4월 20일 현재 총 23차례의 행동이 진행되었으며, 참가인원은 연인원 약 3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약 40,000건의 크고 작은 점거, 봉쇄, 집회, 시위, 모임, 토론회, 행동 등이 펼쳐졌다. 약 8,700명이 연행되었고 2,000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중 40%에 달하는 800명이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어 현재에도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나머지 60%의 사람들은 벌금, 집행유예, 집회시위 참가 금지, 보호관찰 등의 처분을 받았다. 1,800명은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경찰은 시위대에게 ‘LBD’ 고무탄환을 14,000회, 소형수류탄을 5,000회 발포했다. 인체에 대한 심각한 유해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된 이른바 ‘전쟁무기’를 자국의 민간인에게 발포하는 ‘자유와 평등’의 상징 국가 프랑스. 이로 인해 사망 1명, 중상 400명을 포함하여 약 2,500명이 경찰 폭력에 의해 부상당했다. 그럼에도 노란 조끼 운동의 열기는 식지 않고, 연대의 폭을 전 유럽, 전 세계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2018년 봄 대규모 철도파업에서 유래한 투쟁가요가 구전되며, 노란 조끼들 사이에서 다시금 울려 퍼지고 있다.
“On est là, on est là ! Même si Macron ne le veut pas, nous on est là!”
(“우리는 여기 있다, 우리는 여기 있다! 마크롱이 원하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여기 있다!”)
“덧칠하지 마, 구조 자체가 썩었어!”
“Pas de replâtrage, la structure est pourrie!”
여성 노란 조끼, 장애인 노란 조끼, 번역가 노란 조끼, 파리 노란 조끼, 툴루즈 노란 조끼, 붉은 조끼, 붉은 펜, 녹색 조끼, 검은 조끼, 분홍 조끼 등등 다양한 지역별, 부문별, 분야별 ‘노란 조끼’들은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조직하고 ‘따로, 또 같이’라는 말처럼 각각의 독립적 투쟁을 펼치며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여성 노란 조끼는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빵과 장미’ 행진을 펼쳤고, ‘붉은 펜’이라 불리는 교육노동자들은 마크롱 정권의 교육개악에 맞서는 청년들의 투쟁에 열성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기후 위기에 맞서는 생태주의자 ‘녹색 조끼’들은 3월 16일 노란 조끼 18차 행동과 연대하여, ‘기후 파업’이라 불리는 전 세계적 국제 연대 시위를 성사시켰다. 이날 프랑스에서 벌어진 시위에는 프랑스의 청년 약 170,000명을 포함하여, 총 270,000명이 집결했다. 같은 날 ‘1차 최후통첩’이라 불리는 노란 조끼의 전국적인 집중 투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2019.03.16. 나치에 협력하면서, 자본을 축적한 것으로 유명한 HUGO BOSS. 3월 16일 ‘1차 최후통첩’ 투쟁(노란 조끼 18차 행동)으로 샹젤리제 거리의 HUGO BOSS 매장이 파괴된 모습.> * 출처 : Black Bloc France
“가장 아름다운 조각은 경찰의 머리에 던져진 짱돌이다!”, “정부가 부유세를 폐지했으니, 우리가 직접 부유세를 걷겠다.” 전투적 가두투쟁으로 알려진 블랙 블록(Black Block)은 3월 16일 파리에서 집중 투쟁을 펼쳤다. 최고급 레스토랑과 여러 명품 상점, 은행들이 불에 타거나, 파괴되었다. 곳곳에서 ‘재전유(la réappropriation)’라 명명된 ‘약탈’ 투쟁이 이어졌고, 스키장으로 휴가를 떠났던 마크롱은 서둘러 엘리제궁으로 돌아와야 했다. 노란 조끼 활동가의 제안으로부터 비롯된 총파업 호소는 ‘붉은 조끼’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제1노총 CGT(프랑스노동총동맹)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CGT는 다른 노총과 합세하여 2월 5일과 3월 19일 각각 300,000명 이상이 참여한 총파업을 벌였다.
"Toi, mon camarade, toi que j’ignorais derrière les turbulences, toi jugulé, apeuré, asphyxié, viens, parle à nous."
("당신, 나의 동지, 난리 통에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당신, 목 졸리고 두려움에 떨고 숨 막힌 당신 - 이리 와요, 우리에게 이야기하세요.")
<2019.02.20. 2018년 12월 1일 마르세이유 3차 행동에서 경찰의 최루탄 조준 발포로 사망한 지네브 르두아네를 추모하기 위해, 경찰 규탄 요구안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스위스 제네바로 온 노란 조끼의 모습.> * 출처 : Revolution Permanente
한편 노란 조끼들은 지난 2월 20일 유엔(UN) 유럽 본부가 위치한 스위스 제네바에 집결하여, 프랑스의 끔찍한 국가 폭력을 규탄하는 국제연대 시위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는 4월 27일 유럽연합(EU) 의회와 인권 소위원회가 위치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다시 한 번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며, 전 유럽인들의 국제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노란 조끼의 대다수는 특정한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오는 5월 말로 예정된 유럽 의회 선거에 일정한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넥타이 맨 혁명에 반대한다”
“Non à la révolution en cravate”
5개월 이상, 매주 평균 10만 명 이상이 프랑스 전역에서 결집하고 있다. 노란 조끼 운동은 다양한 형태로 연대의 폭과 깊이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지난 1월 26일~27일과 4월 5일~7일 노란 조끼는 두 차례의 전체 총회를 개최했다. 각 지역별 노란 조끼 총회에서 선출된 대표단이 모여 전체 총회를 구성하는 ‘총회의 총회’라는 형식을 가지고 있으며, 노란 조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방식이다. 1차 총회에는 약 70명의 대표단을 포함하여 총 350명의 노란 조끼가 모여 2일간 토론을 벌였다. 참가자 수 대폭 증가와 논의 구조 다양화로 그 대표성을 더욱 확대시킨 2차 총회에는 약 200명의 대표단을 포함하여 총 700명의 노란 조끼가 모여 3일간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대토론>이라는 사기극과 함께, 소수 특권층에게만 봉사하고 있는 대표성 없는 정부에 맞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직접 민주주의를 도입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5월 1일 국제 노동자의 날 투쟁이 벌어지는 주간을 ‘노란 조끼 집중 투쟁 주간’으로 선포했다. 또한 5월 18일 ‘형사 처벌 전면 무효, 구속자 전원 석방’을 요구하는 전국 집중 투쟁을 촉구하며 오는 6월 3차 총회 개최를 결의했다.
노란 조끼들의 자발적인 ‘자기 조직화 학습’ 과정은 ‘넥타이 맨 혁명에 반대한다!’는 68년 5월의 슬로건과도 맥락이 닿아있다. 그 어떠한 ‘자칭 지도자’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노란 조끼들은 ‘지배하기도, 지배당하기도 원치 않는다.’는 68년 5월의 목소리와 반쯤 닮아있다. 공인되지 않은 채로, 공인받을 수 없는 체계 속에서, 노란 조끼를 대표한다고 자임하며 정부와 협상을 시도하거나, 유럽 의회 선거에 노란 조끼의 이름으로 나서려했던 활동가가 시위 현장에서 모욕을 당하고 쫓겨나는 일도 있었다. 노란 조끼의 ‘자발성’과 ‘의식성’이 앞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킬지 섣부르게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기존의 정치운동이 포괄해내지 못했던 민중들의 목소리를 일정 부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치 운동 그룹은 자신들의 ‘지도력’ 부재를 탓해야하는가, 아니면 ‘문제설정’과 ‘전망’을 원점에서부터 전면 재검토해야하는가? 누군가 이 운동을 어떻게 ‘지도’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 노란 조끼는 이미 ‘행동’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를 그저 쳐다보지만 말고, 우리와 함께하라!’는 노란 조끼의 외침은 강렬한 울림이 되어 퍼져나가고 있다. 68년 5월, 프랑스 공산당(PCF)과 CGT의 오만한 판단과 잘못된 선택을 다시 한 번 반복할 것인가?
"Professeurs vous êtes aussi vieux que votre culture, votre modernisme n’est que la modernisation de la police."
(“교수들, 당신들은 당신네들의 문화만큼이나 늙었어, 당신네들의 모더니즘은 경찰의 현대화에 불과해.”)
“Cours, camarade, le vieux monde est derrière toi.”
(“도망쳐라, 동지여, 낡은 세계가 당신을 뒤쫓고 있다.”)
<2019.03.16. 3월 16일 ‘1차 최후통첩’ 투쟁(노란 조끼 18차 행동)에서 자본주의 체제에 분노한 노란 조끼와 블랙 블록은 부르주아지의 상징과도 같은 럭셔리 호텔의 레스토랑에 불을 질렀다.> * 출처 : Black Bloc France
노란 조끼 운동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는 아래를 참고하면 된다. 필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공간이다. 노란 조끼 운동에 대한 프랑스 현지 소식을 한국어로 접할 수 있다.
* 블로그 https://Emmanuelmacrondemission.tistory.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Emmanuelmacrondemission
* 텔레그램 채널 https://t.me/Emmanuelmacronde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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